디 애슬레틱 이야기

"디 애슬레틱"은 구독료를 내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언론인가?

스테이플우드 2021. 1. 29. 15:25

디 애슬레틱은 유료다. 기사를 돈 주고 본다는게 익숙하지 않은 나는 아니 뭔.. 이렇게 비싼 기사가 다 있담싶었다. 디 애슬레틱 어플을 깔아서 눈팅했는데 풋볼런던이나 이브닝스탠다드, 텔레그래프 등에 비해서 확실히 볼만한 콘텐츠가 많았다. 그래서 결국 결제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구독료가 한 달에 약 5,500원, 1년에 약 65,000원인데 대학생 할인을 받으면 반값정도에 볼 수 있다. 대학생 이었었고 대학원생이었었지만 학교 메일이 멀쩡히 살아있어서 애슬레틱에 메일을 보내서 인증을 받았다. 

 

 


- 디 애슬레틱은 누가 구독하면 좋을까?

 

아쉽게도 애슬레틱에서는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크롬으로 보면 구글 번역기를 써서 이상한 한국어로 볼 수는 있긴하다. 하지만 나는 본인의 영어 수준이 1순위 고려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능 4등급 이상을 맞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5형식에 대해서 알고, 시제에 대해서 알고, 어느정도의 구문을 알고있다. 정확한 해석은 아닐지라도 대충 이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내 영어 수준 역시 딱히 뛰어나지 않다. 영어권으로 유학간 적도 없고 국내에서만 나름 꾸준히 영어 공부했다. 그런데도 모르는 구문이나 영국식 단어들이 많아서 항상 영영,영한,구글 검색을 하면서 보고 있다. 

 

스카이 스포츠, 텔레그래프, 풋볼런던, 이브닝 스탠다드와 디 애슬레틱 기사의 문장을 비교했을 때 개인적으로 디 애슬레틱의 독해 난이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풋볼런던 기사가 엄청 쉽다는건 아니다. 이들 기사도 어려운건 매한가지다. 다만, 애슬레틱 기자들은 엄청난 장문 글에 단어를 좀 더 고급스럽게 쓰고, 비유적인 표현을 꽤나 많이 쓴다. 그래서 문장을 그냥 직역하면 대충 어떤 뜻인지는 알겠는데 이걸 자연스럽게 의역하는게 어렵다. 

 

본인의 언어 실력이 원체 뛰어나서 술술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추천하고, 나처럼 이것저것 검색해서 읽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본인이 응원하는 팀 기사를 꾸준히 읽을 자신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한 달에 고작 기사 두 세개 보려고 결제하기엔 돈아깝다고 생각한다.


- 디 애슬레틱 기사의 장점은 무엇인가?

제일 큰 장점 중 하나는 각 구단마다 전담기자가 있기 때문에 빅6 외에 중하위권 팀들의 기사도 꾸준하게 올라온다는 것이다. 보통 경기가 끝나면 그 다음날이면 바로 경기평에 대한 기사가 올라온다. 이게 단순 비평 기사일 수도 있고, 특정 선수에 대한 칭찬일 수도 있고, 세부적으로 스탯을 비교하면서 신랄하게 까는 기사일 수도 있다. 

 

가끔 각 구단의 전담 기자 외의 기자가 글을 쓰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칼 안카나 콕스의 기사가 그렇다. 칼 안카의 경우 한 인물이나 한 팀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사를 쓸 때가 많고 콕스는 경기 분석 영상이 많다. 최근 토트넘처럼 경기를 꼬라박으면 콕스의 분석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기자"는 키보드 워리어 방구석 좆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애슬레틱 기사를 보면 비판적인 기사라 할지라도 기자 개인의 사견을 직접적으로 적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들은 기사가 두루뭉실하다고 하거나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거냐고 할 때도 있다. 보통 비판적인 기사를 쓰더라도 내용의 20%는 나름의 장점과 희망적인 내용을 품고 있다. 기자는 중립을 지켜야한다. 정치쪽 기자가 아닌 스포츠 기자라해도 개인의 사견까지 집어넣으면서 옹호하거나 비판해서는 안된다. 

 

애슬레틱의 진가는 기자들의 인맥을 이용한 비하인드 스토리, 구단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전술 분석, 통계 자료 등을 보는 것이다. 가끔 통계자료 볼때마다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잘했는지 감탄할 때가 있다. 예전에 학교다닐 때 수치분석이랑 그래프 자기 기준에 못미치게 했다고 교수한테 팀원들 전체가 욕쳐먹었던 기억이 난다. 

 

매 경기나 이적시장때마다 각 구단의 기자들이 토론장을 열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빅6 중에서 Q&A가 제일 활발한건 리버풀같고 나머지 구단들은 그냥 그렇다. 경기력이 안좋으면 댓글창이 폭발해서 기자가 감당 불가 수준으로 가기도한다. 저번에 맨유가 셰필드에 패했을때 댓글이 800개가 넘었었다. 기자가 직접 댓글을 달아주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 또한 구독료를 내고 볼만한 이유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근데 이것도 기자들마다 차이가 나서 그냥 토론장 열어놓기만 하고 댓글은 가뭄에 콩나듯이 달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토트넘의 잭 피트 브룩...^^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단순 축구 경기만 쓰는게 아니라 축구 외적인 기사들도 많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번역했었던 ITK 기사라든가 스폰서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프리미어리그 심판들 배정은 어떻게 하는가 등등의 기사들 말이다. 상당한 장문이지만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기사들 외에도 독점 인터뷰도 꽤 많이 올라온다. 이번에는 쿠만의 인터뷰가 올라오기도 했고, 마르티네즈나 베스테르고르, 로메우 등 중하위권 구단들의 선수 인터뷰도 많이 올라온다. 


- 디 애슬레틱 기사의 단점은 무엇인가?

 

디 애슬레틱 자체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기자들마다의 퀄리티의 차이가 있다는걸 말하고 싶다. 몇몇 구단의 기자들은 비판기사를 쓸 때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통계 자료를 가져와서 활용하지만 칭찬할 때에는 스탯없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 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사들은 조금 아쉽다. 그저 서술만 하는 것은 풋볼런던이나 데일리메일 같은데에도 깔렸는데 말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사가 너무 장문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특히 "특집"이나 "독점" 기사의 경우 워드 파일로 16페이지가 넘어갈 수도 있다. 내가 번역했던 기사들 중에서 ITK하고 유에파 챔피언스 리그, 하센휘틀 감독 인생사를 다룬게 제일 장문이었던 것 같다. 기자가 상하편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글에 다 쓰는 이유는 1,2편이 나뉘면 사람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게 한 몫한것 같다. 옛날 기사부터 쭈욱 찾아보니까 극초반 기사들 빼고는 상하면으로 나뉜게 없었던걸로 보아서 어쩌면 디 애슬레틱의 정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 리가나 세리에, 분데스리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쪽 리그에는 기사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분데스리가 출신이나 세리에 출신들의 인터뷰나 경기 분석이 아닌 이상 한 달에 두세번 올라올까 말까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