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이야기

"디 애슬레틱" 기사를 번역하면서 느낀 것들.

스테이플우드 2021. 2. 9. 17:07


백수인생의 제일 큰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도서관에서 책만 파고 살았는데 요즘에는 애슬레틱 기사를 많이 보고 있다. 나름 뭐 토플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ㅋㅋ 그냥 본인 생각

 

디 애슬레틱 기자들은 과연 중립적인가?

기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제일 첫번째로 "중립"을 뽑겠다. 중립은 정치 뉴스에만 포함되는게 아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기자가 어느 팀의 골수팬이라 한들, 기사를 쓸 때는 감정을 한결 빼야한다. 괜히 어그로끄는 제목을 써서 상대팀 팬들 빡치게 만들고, 자기 구단에 문제 있는걸 굳이 애를 써서 쉴드쳐서 눈가리고 아웅을 해서는 안된다. 

 

각 구단 기자들을 내가 다 확인해본 것은 아니기때문에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몇몇 기자들은 구단에 너무 호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기자들도 때로는 자기의 한계를 넘어가서 구단을 비판하기도 한다. 근데 이 시점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인게 문제다.

 

사실, 스포츠가 일희일비는 맞다. 내 팀이 잘하면 기분 좋아서 비판하는게 눈에 들어오지 않고, 꼬라박기 시작하면 작은것부터 큰것까지 다 아니꼽게 보이기 마련이다. 잘할 때도 비판할 줄 아는 것, 못할 때 명백하게 콕 찝어서 비판할 줄 아는 것, 이게 중요한거다. 아무리 축구가 일희일비한다지만 기자는 냉철함을 유지할 줄 알아야한다. 

 

사견을 넣는 것 또한 조심해야한다. 내가 자주 확인하는 사우스햄튼, 토트넘, 아스날의 경우 기자들이 사견을 넣는 일은 못본것 같은데 저번에 램프드가 저격한 리암 투메이 경우 본인 사견을 좀 넣었다. 디 애슬레틱은 개인 블로그도, 토크스포츠와 같이 한 경기를 두고 팬들이나 전문가가 비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건 조심해야한다. 비판을 강하게 할 순 있어도 본인 사견까지 집어넣으면서 비판을 유도할 필요는 없다는거다. 이 기사를 보고 옹호할지 비판할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해야한다. 문제는 세상에 줏대없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여론에 휩쓸린다는 거지만.

 

내가 번역할 때 중간 개인 사족을 붙이거나 대형 커뮤니티에 올릴 때 밑에다가 개인 의견을 넣지 않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번역 다 하고나서 내 의견 몇 마디 쓰면 몇몇 사람들이 휩쓸린다. 네이버 뉴스에서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흔들어 놓는것과 같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첫 댓글이 뭘로 박히느냐, 어떤게 추천을 많이 먹느냐에 따라서 여론이 달라지는데, 번역하고나서 개인 의견을 넣으면 이런거에 불을 지피는거다. 판단은 각 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며 개인으로서 본인 의견을 가져야한다.

 

읽었던 기사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것은?

 - 하센휘틀 인생사 정리: 칼 안카가 쓴 기사인데 이게 2020년 베스트 기사 중 하나로 뽑혔다고 한다. 몇몇 부분 용어에서 틀린게 있었지만 같이 일했던 사람들 인터뷰도 따고 옛날 포메이션이 어땠는지, 어디서 감독했었는지 쫘악 정리한게 열정이 느껴졌다. 솔직히 이건 직업정신만 있어서 할 수 있는건가 싶기도 했다. 어느정도 사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아무튼 덕분에 위키에도 없었던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야닉 베스테르고르 인터뷰: 베스테르고르가 이번에 몇번 BBC 선정 이주의 팀으로 뽑혔었다. 베스테르고르 인터뷰를 하면서 몇몇 게임의 센터백 전술을 분석했는데 그의 발전이 돋보였다. 다만, 베스테르고르가 발이 느리다는게 단점인데 기자가 어떻게 단점을 단점이 아니라고 포장하긴 했는데 베스테르고르 발느려서 뒷공간 털리는건 사실이다. 댄 쉘던이 사우스햄튼을 너무 사랑하나보다(...)

 

- 은돔벨레 발전: 이건 어이없어서 뽑은거다. 잭 피트 브룩이 쓴 기사로, 무리뉴 휘하에서 은돔벨레가 꼬라박았다가 갈굼당하고 나서 성장했다는건데 솔직히 성장이라는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이 기사의 아쉬운 점은, 은돔벨레가 무리뉴 휘하에서 정말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싶었으면 리옹시절 은돔벨레가 어떻게 뛰었었고 어떤 점이 클럽의 구애를 이끌어냈고, 첫 시즌 스탯과 이번 시즌 스탯을 비교했어야 했다. 난 그 기사를 보면서 은돔벨레는 성장한게 아니라 어느정도 리옹시절에 활약했던 장점을 뽑아내는 중이라고 생각하며, 본인의 몸값을 생각하면 이정도 활약가지곤 택도 없다. 단순히 몇 경기 활약하는게 아니라 꾸준히 폼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 프리미어리그 심판 배정: 하나같이 주옥같은 씹쌔끼들이 나오는데 마이크 딘이 없어서 아쉬웠다. 지금 마이크 딘 살해협박 받고 있다는데 이 씨발롬은 무슨 판정을 이따구로 하는지 ㅋㅋ 아니 근데 어이없는게 어떻게 이런 씨발놈들이 성과표에서 순위가 높은건지 이해가 안간다. 하긴 이해가 가면 내가 PGMOL 회장을 하고 있지 방구석에서 노트북 두드리고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미어리그 심판진들은 지들끼리 정치싸움에서 붕당만든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하나같이 10Bbird들이 빅경기를 망치지 -_- 개자식들아 잉스 옵사판정으로 빼앗아 간 골 내놔라!!! 

 

장문 기사에 있는 고오오급진 표현들

애슬레틱 기사는 길어서 짜증날 때가 있다. 볼때 좀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다고 해야할까 ㅋㅋ 하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다. 모르는 단어나 구문이 있으면 그냥 읽을때는 넘어간다. 어차피 내용은 파악할 수 있으니까. 번역할때는 이런걸 전부 다 찾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번역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디 애슬레틱 탭 열어놓고 옆에 티스토리 블로그 열어 놓고 파파고, 구글 번역기, 네이버 영한사전, 옥스포드 영영사전, 구글 이렇게 준비해놓는다. 워드로 쓰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예전에 블로그를 운영해본 적이 있어서인지 블로그 UI가 더 편하고 임시저장이 알아서 되기 때문에 갑자기 렉걸려서 사라지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보통 두 문단씩 묶어서 우선 파파고를 돌리는데 무조건 단어, 구문 다 확인해봐야한다. 단순히 파파고만 돌리게되면 몇몇 단어들을 이상하게 번역할 뿐만 아니라 몇 마디 말을 생략해버리거나 존댓말, 반말이 통일성 없게 나온다. 또 소튼의 애칭인 saints같은 경우 파파고가 성도들이라고 해석하고 sporting of director의 경우 단장이라고 해석하는게 아니라 그냥 감독이라고 나온다. 이런 사소한 단어를 틀리는건 번역에 있어서 아주 큰 실수다. 



나는 파파고 돌린걸 그대로 복붙하지 않고 우선 영문, 번역본을 다 복사해서 가져온 다음 내가 다시 뜯어고친다. 물론.. 어떤건 번역기 돌린걸 그대로 쓸 때도 있는데 이건 내가 다 확인해서 틀린게 없다고 확신했기에 쓴거다. 애슬레틱 기사의 경우 기자가 얼마나 고급표현을 쓰느냐에 따라 수고가 달라지는데 저번에 번역했던 하센휘틀 기사의 경우 진짜 오래걸렸다. 이걸 엄청난 장문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몇몇 표현들에서 막혔는데 영영사전을 다 찾아봐도 없어서 따로 구글 검색해서 간신히 이해했다. 모르는 단어 치고 meaning 해서 구글에 검색하면 그래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편이다. 어쩔때는 네이버가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영어 강사나 유학생들이 현지 표현들을 정리해서 올려놓은게 있어서 번역할 때 도움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었다.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 친구가 있는것도 좋을텐데 예전에 Hellotalk 깔았다가 지금은 지워버려서 없다. 암튼.. 번역하는건 정말 한 두문장, 한 두단어때문에 오래 걸린다. 

 

이런 짓을 왜 하냐 싶지만 예전부터 좀 이런 일을 좋아했었다. 이과생인데도 수리, 탐구 병신이고 언어만 잘했었고, 대학 들어가서 외국어 배울때 남들 1년 걸릴꺼 3-4개월 걸려서 고급 자격증도 따고 그랬었다. 음미체도 공부쪽도 재능이 없다는 나에게 유일하게 재능이 있다고 느낀게 언어쪽이었다. 한때는 통번역 대학원을 가볼까 했는데 흙수저 출신이라 가고 싶었던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도 못갔고, 통번역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학원에서 따로 해야하는데다가 1년에 몇 명 뽑지도 않아서 접었다. 

특집, 전술 분석, 인터뷰 중 어느 기사가 어려울까?

번역은 어떤 기사든지 다 어렵다. 풋볼런던이라고 쉬운게 아니고 애슬레틱이라고 어려운게 아니다. 내가 봤던 기사들을 돌이켜 보면 제일 번역하기 어려웠던건 컨퍼런스 인터뷰였다. 예전에 토트넘 무리뉴 기자회견 번역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석하는게 맞는건지 의문이었다. 외국인 감독들이 많다보니 나나 그 사람이나 영어 수준이 미달인건 마찬가지라 몇몇 단어를 이런 뜻으로 사용한건지 모르겠고, 무리뉴는 통역가였다면서 왜이렇게 말을 유창하게 못하고 끊어서 하는건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건지 이해를 못하겠던 적이 있었다. 풋볼런던에 들어가면 골드가 타이핑쳐서 다 올려주기는 하는데 오역하거나 뉘앙스 파악을 제대로 못하면 쌍욕먹는게 인터뷰라 요즘엔 안하고 있다.

 

햄프셔라이브나 공홈에 가서 하센휘틀 인터뷰 볼때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장문기사보다 인터뷰 기사가 더 어렵다. 내가 회화 딸린다는게 이런데서도 보인다. 

 

전술 분석의 경우 축구 용어 수준이 딸려서 용어 찾느라 시간을 보낸적이 좀 있었다. 근데 몇몇 용어들은 진짜 네이버 다 뒤져도 안나와서 구글이나 유튜브 보고서 배운것도 있었다. 그리고 직접 경기를 본게 아닌 것들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서 하이라이트 장면이라도 찾아서 직접 확인했다. 이런 분석기사들이 엄청 긴 편은 아닌데 한두번 해보니까 이것저것 확인하느라 오래 걸려서 근래에는 안보고 있다. 소튼 기사의 경우 최근에 올라온것도 없기도 하다.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가? 내가 번역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

영어 번역은 하기 시작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외국어 번역은 꾸준히 해왔다. 연차만 따지면 올해가 벌써 5년차. 예전에 모 출판사의 해외문학부에서 판권 구매를 위한 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을 했었다. 



척척석사 생활을 하면서 그만뒀지만 출판사쪽이랑 일하면서 번역일이나 번역가에 대한 얘기도 좀 들었었는데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게 아니라 본인의 언어 실력 자체가 원래 천부적으로 뛰어나야한다. 해외 번역 작품을 보면 어떤 번역가 작품은 술술 읽히는데 어떤 번역가꺼는 번역투때문에 읽히지가 않는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의역을 잘하는게 최고의 번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자들은 직역을 좋아한다는 거다.(아무래도 오역논란이 많다보니 그런것 같다.) 그런데 언어는 문화와 역사가 합쳐진 것이고 각 나라에 일대일 대응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하다못해 한자 문화권인 한국-중국-일본도 일대일 대응이 안되는게 수두룩하다. 하지만, 내 영어 수준이 의역할 수준까지는 안되기 때문에 직역을 많이 쓰는 편인데 대신 한국인이 보기에 번역투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많이 뜯어 고쳐야한다.



영어의 경우 대명사, 소유격을 엄청 좋아한다. 내가 예전에 토플 라이팅을 첨삭받았을 때 지적받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소유격이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서 왜 이렇게 써야하는건지 받아들이지를 못했는데 애슬레틱 기사 자꾸 읽어보니까 예전보다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실제 애슬레틱 기사 보면 소유격 진-짜 많이 쓴다.

 

처음 번역할때는 이런 소유격이나 인칭대명사를 살리지만 두번째 점검할때는 한국어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대명사를 풀어 써주는게 낫다. 한국어는 이것, 저것, 그의, 그들의 이런 대명사나 소유격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또, 애슬레틱 기사들 중에는 관계대명사와 접속사를 계속 쓰면서 한 문장이 5줄 정도 되는것도 있는데 이런건 한번에 다 쓰려고 하지 말고 끊어서 쓰는게 좋다.



유럽언어는 시제를 참 좋아한다. 영어도 시제 표현이 참 많은데 기사에도 많이 나온다. 이런 시제 표현을 살리면 좋은데 한국어에는 없는게 많다보니 살리기가 어렵다. 수동태도 엄청 많이 나오는데 번역할때 말이 거꾸로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수동태 번역이 어렵다면 중딩때 배웠던 수동태 만들기를 생각해서 거꾸로 원문장으로 바꿔서 해석하는게 낫다. would have p.p, should have p.p, may have p.p와 같은 표현들도 마찬가지이다. 위에
서 언급한 요소들은 파파고가 살리기 힘든 표현이다. 따라서 번역할때 항상 이런 동사 표현들은 확인해줘야 한다.



번역할 때 따져야하는 요소 중 하나는 내가 존대어로 할건지를 정해야 한다는거다. -있다로 쓰다가 -있습니다로 쓰다가 다시 -있다로 쓰는건 읽는 사람 입장에서 최악이다. 하나만 골라서 써야지 반말과 존대어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면 읽을때 이상하다. 하나로 통일하자.



기사 안에 있는 인용문의 경우 반말로 할건지 존대어로 할건지 정해야하는데 나는 어쩔땐 반말로 쓰고 어쩔땐 존대어를 쓰는데 보통 후자를 선호하긴 한다. 인터뷰 내용 역시 그런데 기자의 질문을 반말로 썼으면 감독의 말투도 반말로 잡는게 낫다. 존대어로 하고 싶으면 양쪽 다 맞춰주는게 읽는 입장에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